예측
이철휘 자산관리공사 사장은 지난 5월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세계경제에 더 큰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고 경고했다.
당시 기사보기 당시 그는 "미국의 많은 금융기관이 지금까지 나타난 위기보다
더 큰 공포에 직면할 것"이라는 말까지 했다.
금융공기업 최고경영자(CEO)로서는 너무 비관적인 예측으로 비쳐졌으나
불과 4개월 후 현실화됐다.
그는 당시 천정부지로 치솟던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의 급락 가능성을 짚어냈다.
최근에는 산업은행의 리먼브러더스 인수협상에 대해
'유동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리먼브러더스의 파산보호 신청과 메릴린치의 전격 매각 등으로
국제 금융시장이 쇼크를 받은 16일 이 사장을 다시 만났다.
―지난 5월 인터뷰 때 큰 위기가 온다고 예상했는데 불행히도(?) 맞았다.
이번 위기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으로 보나.
▶이번 경제위기를 금융부문의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잘못됐다.
금융부문의 문제는 하나의 발현현상에 불과하다.
미국경제의 거대한 버블이 급격히 꺼지고 있다는 것이 문제의 근본이다.
과거 일본경제에서 나타난 버블 붕괴가 이번에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집값뿐 아니라 주식 등 기타 자산이 모두 무너지는 과정이다.
지금까지 일본을 제외한 세계경제가 거대한 거품 속에 있었는데
그게 해소되는 단계라고 보면 된다.
위기의 1파가 온 것이라고 본다.
2파, 3파 등 위기는 계속 밀려올 것이다.
더욱 중요한 점은 이번 문제가 금융부문만의 문제가 아니고,
실물경제로 번져 터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 충격이 아시아권 국가들로 퍼질 가능성은.
▶미국시장이 먼저 깨졌기 때문에 아시아국가 중 어디선가도 분명 터질 것이다.
중국도 아주 조심스럽게 봐야 한다.
미국의 실물경제가 망가지면서 중국의 수출도 바로 타격을 볼 수 있다.
다음 타깃은 금융회사가 아니라 실물경제에 있는 기업이 될 것이다.
(그는 비금융 회사가 다음 희생 대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지만 대상 기업군은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이번 리먼의 파산보호 신청 등으로 서브프라임발 경제위기가
거의 바닥에 도달했다는 분석도 있다.
▶절대 바닥이라고 볼 수 없다.
우선 실물경제에서 나타나는 것을 지켜봐야 한다. 경우에 따라 시작일 수도 있다.
―최근 산업은행이 리먼 인수를 추진했을 때 부정적으로 평가했는데.
▶리먼 인수에 반대한 것은 인수 후 유동성 문제 때문이었다.
신용경색이 불거지면 아무도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일본의 야마이치증권이 이미 보여준 사례다.
리먼의 경우 (당장의) 인수자금보다 신용경색 여파로 인수 후 유동성이 불투명했다.
우리나라는 투자은행(IB)을 맹신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금융에는 왕도가 없다.
결과적으로 보면 우리나라나 일본의 금융기관보다 미국 IB가 훨씬 (경영을) 못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추가 금리인하에 나설 것이라는 예상도 있다.
▶FRB가 결국 금리를 내릴 수밖에 없다고 본다.
신용경색이 문제다.
이미 일본도 겪은 것이다.
신용경색이 나타나면 돈이 있어도 돈을 풀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한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일시적인 달러강세도 미국의 경제여건이 좋아져 나타난 것이 아니다.
미국경제가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 관측에서,
매우 비관적인 심리에서 시장이 달러 확보 경쟁에 나선 것이다.
신용경색은 아주 신중히 대처해야 한다.
엔화는 강해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신용경색이 나타난다면 돈을 돌릴 수 있는 곳은 일본뿐이다.
일본의 3대 메가뱅크의 경우 경영이 매우 건전해 위기 시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돈을 돌릴 수 있다.
국내 금융기관들은 사무라이본드 발행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신용경색을 차단할 수 있는 방안이 있나.
▶매우 어려운 일이다.
신용경색은 뇌경색같이 무서운 현상이다.
어느 기업이라도 한번 소문이 나면 주가가 먼저 빠지고 아무도 돈을 안 빌려준다.
국내에서도 최근 일부 기업이 힌트를 줬다.
대단히 불안한 상황이므로 통화당국의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이 사장은 정부가 앞으로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대비해야 한다는 판단이다.
그는 경제사를 되짚어보면 인플레이션보다
디플레이션에 따른 어려움이 더 많았다는 점을 한 이유로 들었다.
국제유가 등 원자재 가격 상승이
미국의 버블 붕괴 과정을 조금 더 늦추는 역할을 했다고 보는 그는
일본의 버블 붕괴 초기 과정과 미국의 대공황 초기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었음을 주목한다.
디플레이션의 경우 처방할 수 있는 약이 없다는 것이 그의 우려다.)
―원자재 가격도 예상대로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과잉유동성 상태에서 미국 금융시장을 떠나 피난처를 찾던 자금이
일부 원자재시장으로 흘러들면서 가격이 폭등했다.
그러나 가격이 더 오르지 않고 급락세로 돌아선 것은
이 같은 원자재시장에 대한 투자여력이 금융시장 붕괴로 증발했기 때문이다.
돈이 공중으로 사라진 셈이다.
"50원이 폭등했다가 다음날 바로 그만큼 폭락하는 것은
투기꾼들이 제대로 들러붙었다는 증거다"
스스로도 '투기꾼'으로 칭하는 한 외환딜러의 말이다.
1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급락한 111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날 50.9원 폭등 이후 극적인 하락 반전이다.
이틀 사이 움직인 환율만 100원에 가깝다.
이에 대해 외환 전문가들은
투기세력들이 원화 투기에 '제대로' 나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 자산회수가 심화되고 있고
경상적자도 지속되면서
원화 약세 추세가 확연해지자
투기세력들이 돈 냄새를 확실히 맡았다는 것.
리먼브러더스와 AIG 사태 등에서 보듯이
외부 충격이 더해지는 경우 원화 투기가 더욱 활개를 친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서울 외환시장에서 투기 거래가 포함된 은행간 거래는 9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화 실수급에 기반한 거래인 대고객 거래가 줄어들고 있는 반면
투기 성격이 강한 은행간 거래가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투기 성격이 아주 강하고 서울 외환시장을 좌지우지하는
역외 세력들이 최근 환율 급변동의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현안보고에서
"NDF(차액결제선물환) 시장이 불안을 전가시키는 창구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환율 급변동 요인으로 역외 투기세력들의 주무대인 NDF 시장을 거론한 것.
이에 대해 정부 한 관계자는
"실제로 최근 역외가 크게 샀다 팔았다를 반복하면서
환율변동성을 크게 키우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국내로 외화유동성이 충분히 공급되기 이전까지
원화가 계속해서 역외를 포함한 투기세력들의 먹잇감으로 남아 있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외환보유액 감소 그 자체도
투기 세력들의 공략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강 장관은 "외자 이탈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며
수급상 원화 약세 추세가 어느 정도 이어질 것을 간접적으로 시사하기도 했다.
국내 달러 수급의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리먼브러더스 사태 등과 같은 메가톤급 충격이 해외에서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는 점 역시
원화 변동성이 쉽사리 축소되기 어려운 이유다.
김재홍 신영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신용 경색은 쉽게 해소될 문제가 아니다"면서
"이제 환율은 변동성에 초점을 둬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진우 NH선물 기획조사부장도 "환율은 오버슈팅할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며
"오버슈팅 이후 되돌림 과정에서도 또 오버슈팅의 양상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신민영 LG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베어스턴스와 리먼브러더스, AIG 사태 등은
결국 지난 몇 년 동안 전 세계 금융이 즐긴 유동성 파티의 후유증"이라며 "
"환율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협박!
일본 방위성 직속 방위연구소 연구원이
08년 7월 31일 한국의 독도 주변 군사훈련을 맹비난하며,
한국이 제2차 IMF사태를 맞을 가능성이 있으며 그럴 경우
일본에 긴급지원 요청하더라도 지원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 파문이 일고 있다.
방위성 직속 싱크탱크인 방위연구소의 다케사다 히데시(武貞秀士) 총괄연구관은
이날 일본 극우신문인 <산케이(産經)> 신문의 전문가 의견란에 기고한
<한국은 대가가 크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할 것>이란 제목의 글을 통해 이같이 협박했다.
방위성내 가장 영향력 있는 한반도 전문가로 통하는 그는
전날 치러진 독도 군사훈련을 거론한 뒤
"이명박 정권은 쇠고기 수입문제로 깊은 상처를 입자,
대미관계에서 국민의 의식을 전환시키기 위해
다케시마(일본이 부르는 독도명)을 이용하고 있다는 견해도 있다"며
"일본에 대해 돌연 의연한 자세를 보임으로써
국내 불만을 일본으로 향하게 함으로써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노림수도 있을 것"이라고
이명박 정부를 비난했다.
그는 또 "한국은 2020년까지 621조원(약 66조엔)에 달하는 군비 군대화를 진행하고 있다"며
"군사연습의 배경에는 일본을 의식해 근대장비를 갖춘 군사적 존재를 과시하려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며
한국의 군비증강에 강한 경계심을 나타내기도 했다.
그는 이어 "이명박 정권은 (한승수) 총리의 다케시마 상륙을 포함해
이전 정권이 하지 않았던 '일선(一線)'을 넘고 말았다는 느낌이 든다."며
"한국의 '나홀로 씨름'을 일본 국민들이 놀라움 속에 지켜보고 있다"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일본측은 한국의 대응에 말로 일일이 반응할 필요가 없지만,
한국 측의 고조되는 분위기가 멈추지 않을 경우
일본 측도 지금까지 독도 문제에 대해 보여 온 냉정함을 잃게될 수도 있다"고
물리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한국의 대외채무가 늘어나고 외환보유고는 줄어들고 있다"며
"장래 다시 금융위기에 빠져들 것이란 공포도 나오고 있다"고
한국의 2차 IMF사태 발발 가능성을 거론했다.
그는 "그때 일본 측이 긴급융자를 해 줄 필요성도 나올 것이나,
일본 국민들이 과연 그렇게 하도록 할 지"라며 노골적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그는 "다케시마 문제를 에스칼레이트시킴으로써
한국 측이 받게 될 대가가 크다는 사실을 깊게 인식해야 할 것"이란
거듭된 협박으로 글을 끝맺었다.
다케사다의 이 같은 협박은 단지 개인 차원의 입장 표명이 아니라,
일본 정부의 향후 대응 방침을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어 파문을 낳고 있다.
일본은 1997년 한국에서 무차별적 자금 회수로
IMF사태 발발의 기폭제 역할을 한 바 있다.
한국이 왜 외환운용 및 경제정책 등에서 튼실한 운용을 해야 하는가를
다케사다의 협박은 극명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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