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48

생각해보면 나는

참 어리석은 사람이다. 외손자가 둘이다. 우리나이로 다섯 살 세 살, 둘 다 잠자는 시간외엔 한 눈을 팔 수없는 쉼없는 움직임, 활력 넘치는 사내 아이들이다. 세상이 바뀌었는지 예전에도 그랬는지 손주들이 자라는 동안 철마다 감기에 걸리거나 원인 모를 발열이나 피부발진 등 신경을 곤두 세우는 질환을 앓곤한다. 아픈 아이들을 돌보느라 밤을 새고 먼 거리에 있는 병원을 찾아 다니는 딸과 사위를 보며 괴로운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런데 일 마치고 집으로 가는 도중 뒤늦게 따라오는 생각에 지극히 부끄럽고 한심하여 죄인의 심정이 되었다. 내 어릴적 국민학교 2학년 겨울이었던가 감기에 걸렸다. 평소 허약했던 탓인지 감기가 낫지않고 변이를 일으켜 신우신염으로 전변하였다. 한방과 양방을 오가며 오랫동안 치료하고 생활관..

오늘 2023.12.05

2023 0101 일요일 날씨 맑음

이제 2023년 이란다. 작년은 여러모로 어렵고 힘들었다. 특히 년말즈음엔 기울고 늙어가는 몸을 실감하고 있다. 올 겨울 추위가 제법 사납더만 요 며칠간 예년의 맑고 상쾌한 겨울햇살을비추고 있다. 어린이집 방학을 맞아 보름기한으로 손주들이 우리집에 와 있는데 좁은 실내에서 지내려니 얼마나 갑갑하겠는가 동네 공원엔 잔설이 군데군데 있고 그늘져 놀러나온 애들이 없다. 볕 잘드는 주변 널직한 공간을 찾아 오늘부로 5살이된 큰애를 데리고 천변을 걸어본다. 전쟁이 나고 질병이 유행해도 사람들은 성실하게 살아간다. 악인들이 득세하고 폭력과 불법이 만연해도 우리가 굳굳하개 생활하는 의지는 마음깊이 자리한 양심이 하늘에 근본을 두고있기 때문일것이다. 실로 2023년이 두렵다. 어려운 경제활동과 막막한 환경에서 발전하지..

오늘 2023.01.01

한 해가 간다는데 나는

오늘이 2021년 12월31일, 말일이다. 생활이 단조로와 그날이 그날같으니 년말, 별 감흥이 없다. 요즘 노래를 듣는 시간이 많다. 식사시간엔 클래식이 좋다. 식욕도 돋고 즐겁고 편안한 시간이된다. 혼자있을 땐 80-90십년대 음악을 주로 찾는다. 즐겨듣는 이들이 윤선애 안치환 김광석 노찾사 송창식 이문세 등 나도 푸르던시절 사회를 울렸던 이들의 목소리다. 저녁에 식구들과 술 한잔 걸칠적엔 민요를 틀어놓곤한다. 나이탓인지 주량이 줄어 조금 과하면 닭처럼 졸게된다. 코로나19로 2년을 바짝 움추리고 보낸다. 보는 방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인류는 자연을 거스르는 존재다. 지능이 높은 존재로 스스로 죄악의 근원이 된다. 절대자의 권위로 그 죄를 면할수 있을까? 그건 아닐것이다. 자위의 관념이 아닐까? 말은 무..

오늘 2021.12.31

추석 아침에

엊저녁 밝고 둥근 달이 환하게 오르더니 구름에 쌓였다가 잠간 모습을 보이더니 곧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추석이다. 빗소리에 잠이 깬다. 어제 자시부터 기색이 있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달 때론 가득하고 때론 이울어도 실제 모습은 변함없다. 우리 생활과 닮았다. 생기고 사라지고 영영 돌아가는 존재들 한해살이 삶의 소득을 뿌듯해하며 보름달 아래 모두 모여 흩어지는 기억을 더듬어보는 날 한가위에 우리는 부모를, 조상을 추억한다. 가물가물한 뿌리를 잊고 볕으로만 나아가려는 내 어리숙한 자취에 추석은 늘 허전하다.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 아버지 같이 살아가며 서로 보살펴주는 아내와 자식 삶을 숙성시켜 가치와 보람을 깨닫게 하는 손주 그리고 이웃과 친지들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하지만 생각을..

오늘 2021.09.21

아침에

유세차 하니 2021 0101이라 음력으론 11월18일, 어제 밤에 달은 휘영청 둥근 모습이 보름과 같았다. 요 며칠 서울 날씨는 영하 10도 이하라 매우 차갑다. 동병상련이라 움추러들고 귀 시린 날씨라야 어렵게 삶을 이어가는 떠돌이 개나 고양이, 새들이 안쓰럽다. 동짓달에 태어나고 혼인을 한 나는 겨울과 인연이 많다. 부모님이 모두 이 계절에 돌아 가셨다. 겨울은 모든 것을 희게 덮어 평등한 모습을 보여준다. 하루에 비하자면 子正부터 寅時까지인데 이 시각에 태어나서인지 유난히 어려서부터 새벽을 좋아하며 지금도 5시이전에 눈을 뜨곤 한다. 나이가 드니 찬 기운을 접하면 코가 막히고 재채기를 자주 한다. 보편적으로 40세를 중심으로 나누면 스물까지 봄이요 마흔까지 여름, 예순까지 가을, 그 이후는 겨울에 ..

오늘 2021.01.01

음악을 들으며

존재는 경계가 있다. 울타리를 넘어 새로운 세상 세포가 성장하고, 때로 암이 된다. 요즘 문 닫고 서성인다. 젊지 않음을 느낀다. 한 때 그토록 단정적인 표현 용기보단 익지 못한 떫음이었다. 말하지 못하는 생각 나름 부질없다 여긴다. 마음을 주던 부모가 떠오른다. 남는 것 없다. 공간을 떠난 기억은 향기 같은 것 바람은 현상이다. 취생몽사라 하던데 술이 述을 부르네. 새벽부터 서울에 장맛비가 내린다. 빗소리에 기억이 살아나고 그리움이 흐른다.

오늘 2020.07.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