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역에서 청계산 가는 버스를 타고
옛골에 내려 산을 올랐다.
계곡을 따라 걷는 길이 편하다 싶었는데
계단으로 이어진 비탈이 나타났다.
오랜만에 산행인데다
술로 물러진 몸이라 숨 가쁘다.
몇 번을 쉬어 고갯마루에 올라 시장기를 달래려
천국에서 사 온 김밥 한 줄을 먹었다.
철쭉이 많았다.
등성을 따라 이십 분정도를 걸어 이수봉에 닿았다.
막걸리 장사와 아이스크림장사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음식을 놓고 판을 벌이고 있는 모습,
장년을 지난 노인들이 대다수고 젊은이는 간간이 드물다.
매봉까지 가려다
온 길을 되돌아 내려오는데 이제 막 올라가는 무리들이 더 많았다.
가끔 주인을 따라 산행을 하는 개들이 눈에 뛴다.
산 아래 여기저기 승용차들이 가득 길을 막고 있다.
역시 도시 언저리라 그런지
등산로 어귀에 크고 작은 음식점이 너무 많다.
양재역 전 정거장에 내려
느린 마을 막걸리를 두 박스 사고
집 앞으로 가는 3214를 타고 집으로 돌아왔다.
돌고 도는 노선이지만 휴일이라 그런지 걸린 시간은 50분정도
아들과 한 잔, 조금 있다 연습마치고 돌아온 동방과 한 잔
막걸리에 취해 늦은 낮잠을 한 잠
늦은 밤 달을 보려 산책에 나섰다.
오늘은 달이 큰 날이다.
텅 빈 하늘에 달은 크지만
아파트로 가려진 서울 하늘이
유난히 지저분하게 느껴지는 오늘이다.
*
말세란..
해와 달, 그리고 별을
누구나 맘 편하게 볼 수 없는 세상
새 우는 소리 귀에 없고
눈에 벌 나비 없고
살 결에
바람이 닿지 않는
물과 공기를 마시며
밥을 먹으며
건강을 염려하는
꽃이요 열매되는
자식이
근심인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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