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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08 13 ..월요일

허연소 2012. 8. 15. 09:16

2012 08 13 월요일

 

오전 느지막하게 출발했다.

목적지 애매하게 작정 없이 길을 나섰는데,

일단 평창으로 향했다.

 

아직 휴가 밑이라 그런지 영동 고속도로로 접어드는

호법부터 지체가 시작되었다.

문막, 둔내, 면온 지나 장평에서 톨게이트를 나왔다.   

잠시 차를 세우고 병수와 통화를 했다.

 

국도로 30km를  더 달려야 평창인데 하늘 저쪽으로

어두운 구름이 머물러 심상치 않더니

운전에 부담이 될 정도로 비가 세차게 내렸다.

 

평창 읍내 어귀에서 주유를 하고 외곽도로로 돌아

곧바로 미탄에 도착했다. 비가 멎었다.

 

강원수산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송어회 3kg

청옥산 자락, 맑은 공기와 수려한 산들에 둘러싸인 곳

하늘에 순종하는 아름다운 시골모습이다.

식구 모두 즐거워한다.

 

다음 행선지는 42번 국도를 따라 정선 방향으로 향했다.

가다가 솔치 삼거리에서 좌회전하여 강을 따라 내려가는 동강로로 접어들었다.

굽이굽이 도로는 물길처럼 자연스레 뻗어 내리고

호기심 가득한 목적지 없는 자동차는 어디로 가는 지

운전대를 잡고 있는 나도 알 수 없었다.

 

그러다 잠시 차를 세운 곳이 가수리 수미마을이다.

이제 막 문단속을 하고 집을 떠나려는 민박집 주인과 눈이 마주쳐

그곳에서 하루 쉬기로 했다.

우리 식구들은 내 느닷없는 결정에 어안이 벙벙한 모양이다.

 

하늘에 가득하게 구름이 몰려있다.

앞에 긴 강이 흘러가고 빙 둘러 적당한 위세를 갖춘

산 속에 앉아있는 작은 동네, 아름답다.

 

제대로 가게 하나 없어 몇 십 분 달려 정선읍내로 나가야 한다기에

대충 집에서 준비한 것으로 저녁과 아침을 해결해야 한다.

 

민박집 주인은 주업이 농사라 했다.

해서 텃밭에 토마토 상추 고추 등 남새들이 다양하게 있었다.

그 아래 작은 개천이 휘돌아 흘러 동강으로 합쳐지는 모양이다.

    

이른 새벽에 눈을 뜨니 창문으로 별이 보인다.

아, 내일은 날이 맑게 개이려나 보다 생각을 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아침을 준비 해온 것으로 챙겨먹고

새벽같이 밭으로 떠난 집 주인 얘기대로 뒷산 아래 계곡으로 향했다.

계곡엔 수량이 많고 물살이 센데다 여기저기 깊은 곳이 있어 강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재미있게 물놀이를 하고 점심 때 쯤 정선으로 향했다.

 

정선 오일장은 이제 상설시장이 되었다.

장을 한 번 휘둘러보고 시장기를 달랠겸 먹자골목에 있는 작은 식당에 자리를 잡았다.

“옛날 그 맛집“ 메밀전병, 메밀부침, 메밀묵, 곤드레밥, 곤드레 막걸리

주문한 음식들 모두 맛있게 먹었다.

 

진부로 가서 고속도로를 타고 서울로 향하려는 계획이 바뀐 것은

도로를 잘못 접어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되 집어 미탄, 평창, 장평으로 해서 고속도로를 달려 집으로 돌아왔다.

현관 문을 여니 문턱에 누워있던 고양이,

미래가 아웅하고 큰소리로 울며 다가왔다. 반가운 모양이다.  

 

그렇게 대충 일박이일을 밖에서 보냈다.

수요일경 계획했던 휴가를 미리 떠난것은 날씨예보 때문이다. 

    

휴식이란 무엇인가?

안온한 마음으로 일터를 벗어나 세속의 고달픔을 달래는 것인지,

아니면 심신 깊숙이 내재하는 정서와 닮아있는 호연한 자연에서

기운을 조율하고 무언의 교감을 하는 것이 아닐까?

 

*

민박집 두 고양이와 바둑이와 똘이, 개 두 마리가 생각난다.

환경이 좋아 그런지 원래 품성이 그런 것인지 사람을 잘 따르고 순하다.

그 놈들하고 놀아 준 것도 즐거운 일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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