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기장에서..

한울안에 실었던 글 (경동보화당 재직시)

허연소 2012. 7. 24. 21:41

1


어렸을 때 본 수수께끼 문제에 “세상에서 제일 긴 것은?”
이 문제의 답은 “길”이었다.
제주 올레길, 지리산 둘레길, 오대산 숲길 등, 요즘 길이 유행이다.
옛날엔 고개 너머 인간과 도시 속세를 만나려 길을 찾았지만
지금은 세속을 벗어나 자연과 함께하려 산과 강으로 향하는 “길”로 떠난다.
길을 한자로 표현하면 사람이나 짐승, 기차나 자동차가 다니는 길 路와
인간이 지녀야할 뜻이나 자연에 참된 이치를 말하는 길 道가 있다.
한마디로 인생이 길이요 길 위에 인생이라 인생길이라 한다.
세상만사가 겉보기에 다 저절로 되는 것 같아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저마다 나름에 길이 있는 것이다.
생활에 바탕이 되는 건강을 지켜나가는 중요한 길, 즉 健康의 道理는 무엇일까?
선현들은 책에서 다음과 같이 말씀하신다.
하나는 밥 먹고 술 마심에 시간과 定量등 절도를 지켜야한다.
食飮有節 ..氣血이 약해진다(脾胃, 肝肺)
둘은 자고 일어나는 시간이 일정하며 외도를 하지 말아야 한다.
起居有常 ..精力이 소모된다(腎)
셋은 도박이나 주식등 헛된 욕심을 버리고 분수에 맞는 생활을 하여
심신을 無理하게 過勞해서는 안 된다.
不妄作勞 ..精神이 소모된다(心)
1차 산업이 주업이었던 예전에는 계절이 중요하여 절기에 따른 양생법도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를 소중하게 생각하며 때로 四時를
인생이나 하루에 대비하여 생각하면 재미있다.
봄엔 천지에 생기가 가득하여 싹이 돋는다.
일찍 일어나 해맞이를 하며 한 해의 소망을 품는다.
생명을 꺾지 않는 부드러운 마음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여름엔 잎이 번성 무성하게 우거지며 천지가 교감하여 열매를 맺는다.
일찍 일어나 땀 흘려 노력하고 결실을 기대하며 열심히 생활한다.
가을엔 밤이 서늘하니 찬 기운을 조심하여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난다.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단정하게 갈무리하고 새로운 일을 벌이지 않는다.
겨울은 춥다. 일찍 잠자리에 들고 해가 떠 온기가 있을 때 일어난다.
쉬는 마음으로 한 해를 결산하고 현재의 삶에 감사하며 건강을 조심한다.
듣고 보면 지극히 당연하여 우습게 여기고 가볍게 지나치는 내용이다.
이것을 일러 지혜로운 사람이 “도”를 들으면 신중히 생각하여 가슴에 품고
보통사람은 한두 번 생각하고 머리만 끄덕이고 어리석은 사람은 웃고 잊어버린다 하였다.
한의에 정신은 이미 발병한 것을 치료하는 것보다 중병이 발생하지 않게 노력하는 것이다.
그래서 미묘한 機微를 알기위해 症候을 중시하는데 徵兆는 잘 드러나지 않고
예측이 어렵기 때문에 사람을 현혹하는 似而非와 邪術이 많다.
갈수록 학문이 어려워지는 이유가 路가 넓어지고 道가 좁아지는 시대 탓인지
아니면 그릇된 세태를 따라가려 스스로 갈 길을 포기하는 자신 때문인지 묻는다.

 


2
仁術


경제적 측면으로 지금 세상을 표현하면 “마켓팅 사회” 혹은 “장사꾼 세상”이라 말한다.
일반적 관습으로 제조하여 만들어 내는 생산보다
수요를 예측하며 이끌어내고 더 많이 판매하는 “장사”하는 기술이
경제발전에 제일 중요하다는 것이다.
흔히 말하던 과거 신분구조인 士農工商을 현재 경제구조인 商工農士로 뒤집어야 맞을 것이다.
이 지경에 이르면 정신을 바탕으로 하는 종교, 교육, 법률 의료 등 많은 문화 부분이
물질의 지배를 강하게 받게 된다.
의료에 상업성이 지나치게 중시되는 사회에서 환자와 보호자는 약자로서 힘든 상황에 놓인다.
운이 닿거나 각별히 신경을 써서 좋은 의료인을 만나야 올바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
더구나 조직화된 대형 의료기관에 종사하는 의사는 자신의 주장이나 입지가 부담스러울 수 있다.
“두루 남을 돕는 기술”이라 어질다하여 仁術인데 대가가 우선이 되면
소수만을 위한 인색한 “商術”로 전락한다.
醫術은 반드시 仁術이어야 한다는 매서운 권고가 “醫術은 仁術이다”라는 격언을 말하지만
물질만능의 현실에서 이것은 사실로 지켜지기 어렵다.
그래서 국민의료보험과 같은 보편타당한 공공의 제도를 만들고 개선하여 발전시키고
지켜나가야 하는 것이다.
작게 돌아보면 내가 몸담고 있는 한의학의 현실도 인술의 측면에서 부담스러운 문제가 있다.
과거에 비해 침, 뜸, 부항, 추나, 물리치료 등 치료요법의 많은 부분이 국민의료보험 적용이 되어

부담스럽지 않게 적은 비용으로 이용 할 수 있는 반면 많은 환자들이 선호하며
치료효과가 우수한 첩약의료보험은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다.
또한 개인적으로 형편이 어려운 노인환자를 많이 대하다보면 치과의 틀니나 보철치료도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결국 이게 모두 돈 문제라

국가경제 운용의 입장과 방향에 따른 문제인 것이다.
우리는 흔히 “돈”보다 더 소중한 “생명”이라 당연히 말하지만 현실은 어떠한가?
가정을 꾸며야 할 나이에 결혼을 기피하며 신생아 출산이 최저를 기록하는 대한민국
대학졸업자들이 취업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이런 저런 이유로 자살률이 높아진다.
날로 심각하게 벌어지는 빈부격차 속에 노숙 생활을 하거나 어렵게 살아가는 이웃,
특히 고령화 사회에서 독거노인들이 늘어가고 있는 모습에 인구구성은 점점 불안한 비율이다.
크게 보면 인술은 醫術에 국한하지 않는다. 사회복지나 교육도 인술이다.
국민 모두에게 희망을 심어주는 종교도 그 바탕이 인술이다.
생명이 있는 곳에 항상 인술이 필요하다.
자연을 파괴하며 강산을 허물고 동식물 등 많은 생명이 우리 곁에서 영영 사라지는 시대는
더불어 기대어 살아가는 인술이 메마르고 나만 주장하는 독선이다.
습지나 초원이 파헤쳐 없어지고 새소리가 멀어지는 세상 더 이상 금수강산이 아니라
콘크리트 적막강산이다. 인간과 자연이 어울리며 즐겁게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한 생명이 다른 생명을 의지하여 살아가는 끊임없는 고리, 둥근 원이 지구요
우주인 것을 알아야한다.
뭇 생명 앞에 떳떳하고 바른 모습, 仁術이 세상에 가득하려면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다.
사람은 사방을 둘러보고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사람(四覽)이라고 누가 말했다.


3
통한다는 것은..


通한다는 막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막힌다는 단어에 막힐 색(塞)이나 막힐 체(滯)가 있다.
뇌경색, 전색, 식체, 주체, 적체 등과 같이 질병 이름에 사용하기도 한다.
뿌리나 줄기, 잎에 물과 영양이 잘 통하지 못하거나 공기가 불통하면
잎이 노랗게 마르거나 검게 썩어 병드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도 이와 같이 음식과 수면, 정신이 원활하게 유통하지 못하면 질병이 발생한다.
통하지 못하면 즉 不通하면 病이 생기는 것이다.
한의사가 흔히 “不通則痛 通則不通”이라는 용어를 사용하는데
이것은 기혈 소통에 문제가 생겨 불통하면 아픈 통증이 나타나며
통증이 있을 때 기혈을 소통시키면 아픔이 사라진다는 의미다.
침이나 뜸 부항 추나 등 제반 한방치료가 목표하는 것도
오장육부와 사지말단의 건강한 소통을 위해 기혈을 끌고 당기고
모으고 흩트려서 기혈을 순환시키는 것이다.
신체건강만이 아니라 일상생활에도 소통은 중요한 강령인데
부모와 자식, 선생님과 학생, 상사와 부하직원 등 소통에 문제가 생기면
불화하게 되어 분열하고 결국 망하게 된다.
건강식품으로 어떤 음식이나 약을 먹어야 좋을 지 자주 질문을 받게 되는데
대답은 소통을 잘하게 하는 食餌요법이 제일 좋은 것이다.
정상적으로 땀과 대소변이 배출되고 호흡과 식사와 잠이 조화로우면
신진대사가 원활하여 건강하게 된다.
예를 들면 수험생은 머리를 지나치게 사용하여 에너지가 과하게 집중되니
배와 손발 허리가 차가와 지고 머리는 열이나 무겁게 된다.
이 경우에 배와 손발을 따뜻하게 해주면 속이 편안해지고 머리는 맑아진다.
임산부는 육아와 출산으로 기혈이 손상되어 심하게 허약해지고
몸이 붓게 되는데 혈을 중심으로 보완해주면 자연히 이뇨작용이 일어나
부기가 빠져 가벼워지고 어지러운 증상이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성장이 왕성한 청소년기나 퇴행성으로 빠르게 노화가 진행되는 시기는
조화롭지 못한 기혈의 균형을 맞추거나 약해진 부분의 영양을 보완해주면
순조로운 소통이 일어나 편안해진다.
한방치료의 소통 방법은 이렇게 보태주거나 덜어주며 때로 차게 식히거나
따뜻하게 덥히거나 미끄럽고 깔깔함을 이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행해진다.
汗、吐、下、和、溫、清、消、補의 팔법이나 동무 이제마선생의 사상체질론 또한
소통을 치료의 관건으로 표현한 것이다.
소통은 일방이 아니라 음양 양방이기에 교류하면 상생의 泰를 이루고
단절하면 不生共亡의 비(否)를 맞는다.
국가나 사회에 소통이 원활하지 못하면 올바른 통치를 할 수 없으므로
지도자는 항상 국민여론을 귀하게 여겨 소통해야한다.
通治가 바로 統治인 것이다.

 


4
삼복, 삼계탕, 삼복첩?


인간은 자신이 부족하거나 갖고 있지 못한 걸 소원하며 얻으려 노력한다.
더위와 추위에 대한 적응도 그러해서 요즘처럼 무덥고 습한 계절엔
냉방에어컨을 사용하여 시원하게 지내려한다.
그리고 떨어진 체력이나 입맛을 돋우기 위해 갖가지 별미를 마련하여 기운을 보충한다.
여름에 삼복(三伏)이라 하여 예전부터 내려오는 세시풍속이 있는데
초복은 하지(夏至)로부터 3번째 경금일(庚日-乙庚金), 중복은 4번째 경금일,
말복은 입추부터 첫 번째 경금일이다. 따라서 복날은 열흘 간격으로 있다.
이를 '삼복더위'하며 1년 중 더위가 가장 심한 때로 여기고 있다.
伏이라는 글자를 풀어보면 사람 앞에 개가 바짝 엎드려 숨는 모습이다.
식량이 부족한 옛날 무더위를 이겨내어 살아가려면 할 수 없이
개라도 잡아먹어야 하는 절박함속에 여름철엔 보신탕이라는 유래가 생긴 것이
아닌가싶고 나중에 삼계탕으로 발전 변형된 것이라 생각한다.
이때는 개장국이나 삼계탕이 아니라도 더위를 피해 쉬면서 영양이 많거나
열을 풀어주는 음식 등으로 몸을 다스려주어야 한다.
글로벌 시대라 불리는 최근에 중국에서 크게 유행하여 우리나라에 까지
알려진 삼복첩(三伏貼) 이라는 치료법이 있는데 이것은
평소 호흡기가 허약하여 공기가 차가워지는 가을겨울에 기관지염이나 천식 등
호흡기 질환이 자주 나타나는 노약자에게 여름 삼복의 더운 시기를 이용하여
호흡기질환에 중요한 경혈인 대추(大椎)혈이나 백로(百勞)혈 폐수(肺腧)혈 등에
자극적이고 辛烈한 약재인 생강 백개자 세신 등을 한 두 시간 붙여
피부를 자극하여 면역을 강화하는 요법이다.
삼복첩이니 대상자는 초복, 중복, 말복 세 번을 반복 시행한다.
淸代 장로의 消喘膏에 근거를 두었으며 그간 임상통계상 치료효과는 매우 우수하여
중국에서 최근 일반화되었으며 국내 한의학계에서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요법이다.
한의학 고전에 나타난 “春夏养阳, 秋冬養阴” 봄에는 양을 기르고 여름엔 음을 기른다는
이론에 바탕을 둔 “冬病夏治” 이다. 겨울이면 나타나는 병은 여름에 치료한다.
첨언하여 더위에 한약을 멀리하는 관습에 대해 생각해보면
예전에 식량이 부족하여 먹고살기 힘들던 시기에 일반 백성에게 복약은 사치와 같은
호사였으며 더구나 한 여름 무더위에 불을 피워 약을 달이는 것은
험한 중병이 아닌 다음에야 감히 엄두를 못 낼 일이었다.
그래서 가을걷이를 한 연후에야 형편이 나아지면 옷을 해 입고 시집장가도 가고
떡도 하고 약도 먹고 풍성한 잔치가 가능했던 것이다.
여름에 열에 많이 노출되면 체온이 올라 진액이 마르고 심폐가 허약해진다.
피부로 땀이 많이 나고 소변은 줄어든다. 주리가 허탈해져 땀을 너무 흘리면
폐기가 부족하게 되고 소변이 너무 줄면 방광이 조열(燥熱)에 상하게 된다.
복날이 아니라도 여름에는 체력을 보충하는 음식을 체질에 따라 자주 섭취하며
열을 다스리고 진액을 모아주는 매실청이나 오미자청 등 단방식이요법이나
좋은 약이(藥餌)인 제호탕 생맥산 익원산 향유산 등을 활용하면 좋다.
물론 호흡기가 허약한 노약자에게 삼복첩도 권장한다.

 


5
동의보감 身形門에 “虛心合道” 라는 글귀가 있다.


도는 사람을 비롯한 천지만물이 마땅하게 운행되는 길이라 했다.
사람의 빈 마음이 道에 부합한다는 뜻이다.
이에 대하여 성현의 언행을 살펴보면 바이블에서는
“마음이 가난한 자가 복이 있나니 천국이 저희 것이요..”라 하였으니
여기서 말하는 가난한 자는 빈 마음을 갖은 즉 허심일 것이다.
반야심경에 이르기를 “照見 五蘊皆空 度一切苦厄..”이라 하였으니
오온이 空하다는 것을 밝게 알아 모든 고액(苦厄)을 넘어섰다고 하였다.
虛와 空은 일상적으로 짝이 되어 쓰여지는 데 예전에는 數를 나타내는
개념으로 쓰였다고 한다.
부족한 생각으로 虛는 형이하의 실재를 말한다면 空은 형이상의 상태를 말하는 것 같다.
아무튼 허심이 공심과 상통하니 그 허공심의 빈 마음이란
사사로움이 전혀 없어 자연스럽게 모든 것에 통하며 불화하지 않는다.
한방 고전인 내경 素問에서는 심장은 오장의 으뜸이 되어 君主라 했으며
여기서 神明(정신)이 나온다고 말하고 있다.
심장이란 생명의 박동이 깃들어 있는 뿌리처럼 깊은 곳이다. 쉼 없이 활동한다.
몸이 불고 무거우면 박동이 힘에 부쳐 숨차고 통증이 유발된다.
마르고 너무 가벼우면 흔들려 불안정하고 편안하지 않다.
그러므로 심신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 정신은 공부하고 몸은 운동하며 균형을 이루어야한다.
몸이 부지런해야 마음이 편하다는 훈계와 마음이 맑으면 잠이 편하다는 교훈은
몸과 심과 정신에 대한 것이다.
심장을 건강하게 하려면 알맞게 몸을 움직이고 잠을 편안하게 충분히 자야한다.
지나친 생각으로 번뇌하거나 걱정하고 망상하는 것을 피해야 한다.
신선하고 담백한 음식으로 혈액을 맑게 유지해야 한다.
지금 우리 주변에는 심장이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 많다. 대부분 행복하지 못하다.
세상이 정신을 흔들어 놓고 생활이 복잡 미묘하고 바쁜 것도 이유가 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에 다다르면 내 심장 주인은 자신인 것을 알게 된다.
경동 보화당 한의원 대기실에 지금 다음과 같은 요훈품 구절이 걸려있다.
“如意寶珠가 따로 없나니 마음에 욕심을 떼고.. ”
말씀대로 욕심을 내려놓자면 욕심과 허공심을 알아야 하는데
그 바탕은 나와 남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내가 없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리라.
바로 空心이 公心이며 공부를 空扶로 알고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생명은 본디 차별이 없어 머물기도 하고 떠나기도 하며 나누기도 하고 보태기도 한다.
차 한 잔에 행복하고 볕 한 줌에 웃을 수 있다고 여기던 소박한 마음도
경계를 만나 먹구름 가득한 수심으로 변하는 것이 인생길이다.
반드시 노력 하지만 진정 바라게 되는 것은 경계에 들지 않은 하늘의 보살핌이다.
가을하늘 공활한데 높고 구름없이 밝은 달은 우리가슴 일편단심일세.
무극이 태극이라 했으니 빈 마음에 일편단심 보름달 옥토끼나 보았으면 좋겠다.

 


6
한의원에서 환자치료에 가장 흔하게 사용되는 치료법인
침과 뜸, 부항요법에 대하여 간단하게 살펴보자.
침은 한자로 鍼인데 針으로 쓰기도 한다. 침은 바늘이라 찔러서 치료한다.
찌르는 것이야 솔잎이나 나무가시도 있지만 과거 유물을 보면 돌을 갈아 만들거나
구리, 무쇠, 금이나 은 등을 재질로 사용하였다.
일회용 침을 사용하는 1980년대 부터는 스테인레스스틸를 가장 많이 이용하고 있다.
침경으로 부르는 靈樞경에서 기능에 따라 침의 종류를 아홉 가지로 설명하는데
참침(鑱鍼), 원침(員鍼), 시침(鍉鍼), 봉침(鋒鍼), 피침(鈹鍼), 원리침(員利鍼),
호침(毫鍼), 장침(長鍼), 대침(大鍼)이 있다.
생명현상의 지표인 기혈의 순행이 질병으로 원활하지 못할 때 경혈에 침을 놓아 凝滯를
풀고 소통을 강화하여 생명 정기를 바로잡고 질병 사기를 내쫒는데 원리를 두고 있다.
오장에서 발원하는 기혈은 江河와 같은 經絡을 따라 온 몸을 샅샅이 흘러가며
생기를 불어 넣는다.
흘러 돌아가는 곳곳에 특성에 따라 신체에 필요한 기운을 모으고 흩으며 관리하는데
이러한 중요한 자리를 경혈이라 부른다.
침구경혈학은 십이정경과 기경팔맥 등 고전 침구학 이론에 바탕을 두었으나
경락에 대한 색다른 견해와 다양한 치료방식이 등장하며 많은 경외기혈을 정하는 등
나날이 발전 변화하고 있다. 요새 임상에서 약침이 활용되는 것도 한 예라 볼 수 있다.
삐고 체하거나 두통 요통 생리통 신경통 및 제반 통증을 비롯하여 교통사고 후유증
피부질환 정신질환 중풍이나 불면증 등 내상 외상뿐 아니라 비만 미용 성장촉진에 까지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뜸이란 우리말인데 한자로는 灸이다.
글자 그대로 열을 공급하여 치료하는 방식인데 환부나 경혈에 직접 쑥을 올려 피부를
태우는 직접구와 생강이나 마늘을 저며 깔고 그 위에 쑥을 태우는 격강구나 격산구 등
간접구가 있으며 넓게 보면 훈燻도 이 범위에 포함할 수 있다.
우리 민족의 상징 약재인 쑥과 마늘이 뜸에 상용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뜸은 종기나 마비, 만성질환이나 퇴행성질환에 효과가 크기에 노년질환에 많이 활용한다.
부항(附缸)요법은 압력의 차이를 이용하여 관이나 옹기 컵 등을 피부에 붙여 자극을 주거나
피를 뽑아내는 치료인데 건식부항은 체력에 손상이나 감염의 위험이 적지만
사혈하는 습식부항은 다량의 출혈에 의한 정기 손실이나 병균 감염의 위험이 높아
부위선정이나 위생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습식부항은 급격한 타박이나 어혈 내지는 만성질병으로 경혈말단인 孫絡이나 피부에 까지
기혈응체 반응이 생겼을 때 과감하게 정체된 혈액을 뽑아냄으로

경락의 신진대사를 촉진 강화하는 요법이다.
서양에서도 습식부항과 같은 사혈치료요법이 있었으나 이론적 경혈학에 근거하기보다
질병을 일으키는 病鬼나 악마가 혈액에 있다고 생각하여 시행된 것이다.
한의학 고전에는 동방에서 砭石治療가 북방에서 灸炳治療가 전래했다고 기록되어있다.
과거 동북방이란 단군 조선이래 부여 고구려를 지칭하는 것이니 돌 침으로 자침과 자락을
병행하고 쑥과 마늘로 뜸 치료를 전래한 것이 우리 조상의 의료문화 영향이라 생각한다.
이러한 훌륭한 문화를 이어받고 더욱 빛내는 것이 제생의세의 바른 자세일 것이다.


7
“왜 한약은 맛이 쓴가요?”


지금부터 십년이 지난 어느 시절에 초등학교 3,4학년 학생들 10여명이
담임선생님과 함께 한의원에 견학을 온 일이 있다.
한의원에서 하는 일 등을 알아보고 궁금한 것을 질문도 받고 그랬는데
이런 물음이 있었다. “왜 한약은 맛이 쓴가요?”
당시 예상치 못한 물음에 10분정도 생각 할 시간을 달라고 하고
나름대로 내 생각을 정리하여 대답을 해 준 적이 있다.
간결하게 말하면 “한약의 맛은 자연의 맛”이다.
중약대사전에는 항목이 6000가지에 이르고 일반 본초도서에는 몇 백가지인데
한의원에서 빈번하게 사용되는 약은 150가지 안쪽이다.
약의 분류상 특징은 性品과 氣味 형태 歸經 등 다양한 방법이 있지만
가장 큰 요체 중 하나가 맛이다.
맛은 五味라 하여 酸(신맛) 苦(쓴맛) 甘(단맛) 辛(매운맛) 鹹(짠맛)으로 나누는데
淡味라 하여 담담한 맛을 약미 분류에 덧붙여 사용한다.
오미에 대한 내용을 문헌으로 살펴보면 素問 음양응상대론에
동남중서북, 오행방위와 산고감신함, 오미의 어울림이 이론화되어 나타난다.
단 맛은 마음을 편안하게 이완하여 즐거움을 주며 기운을 더한다.
쓴 맛은 대체로 음식과 수분의 정체를 내리고 가벼운 염증이나 흥분을 식혀준다.
신맛은 갈증을 풀고 기운을 갈무리하여 에너지의 흐트러짐을 막아준다.
매운 맛은 답답하게 몰려있는 기운을 풀어 소통시키며 흥분을 일으킨다.
짠 맛은 견고한 것을 무르게 하며 기운을 바닥으로 하강시킨다.
사시사철에 따라 각기 식물의 盛衰가 있고 사람은 처한 상황에 따라
심신이 요구하는 맛이 달라진다.
임신을 하면 신맛이 당긴다던지 피곤하면 입맛이 쓰던지 노년이 되면 음식에 간을
제대로 맞추기 어려워지는 것도 한 예이다.
한의학에 기본 이론에 따라 식생활과 입맛의 변화는 오장육부의 기능에 영향을 주게 되며
七情으로 대변되는 정서에 민감하게 반영되어 건강을 좌우하게 된다.
맛에 대한 균형 감각이 둔해지고 편식으로 한 쪽 맛만 고집하면 쉽게 질병에 걸린다.
현재 우리가 먹는 음식의 맛은 예전에 비해 단 맛에 많이 치우쳐져있으며
또한 매운 음식을 더 맵게 먹는 특징이 있다.
피자나 도넛 케익 쵸콜렛 탄산음료 등 서양음식을 접하는 기회가 많아지고
외식문화가 발달하여 일반 가정집에서 음식에 청양고추를 많이 활용하고 있다.
과일도 과거에 비해 훨씬 당도가 높아지고 크기나 효능에 따라 유전공학을 활용한다.
이에 반해 쓴 맛과 담담한 맛이 식생활에서 밀려나 특별한 별미로 채비하지 않으면
맛 볼 수 없으니 고들빼기나 씀바귀 머위 등은 노년층의 음식이 되어 버렸다.
질병을 치료하는 약에 쓴 약이 많은 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겠으나
한 편으로 생각하면 단맛에 치우침이 자연에서 멀어진 그만큼 문명과 거리일 것이다.
양약은 화학약이 위주라서 맛이 그리 중요하지 않겠지만
다양한 초근목피와 동물을 위시한 갑각, 패류, 광물 등 약재의 종합이 한약 한 사발이니
그 맛이 자연으로 들어가는 입맛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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