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추석 아침에

허연소 2021. 9. 21. 09:35

엊저녁

밝고 둥근 달이 환하게 오르더니

구름에 쌓였다가 잠간

모습을 보이더니 곧 구름 속으로 사라졌다.

 

오늘은 추석이다.

빗소리에 잠이 깬다.

어제 자시부터 기색이 있었다.

 

언제나 우리 곁에 있는 달

때론 가득하고 때론 이울어도

실제 모습은 변함없다.

우리 생활과 닮았다.

 

생기고 사라지고 영영

돌아가는 존재들

 

한해살이 삶의 소득을 뿌듯해하며

보름달 아래 모두 모여

흩어지는 기억을 더듬어보는 날

한가위에 우리는 부모를, 조상을 추억한다.

 

가물가물한 뿌리를 잊고

볕으로만 나아가려는 내 어리숙한 자취에

추석은 늘 허전하다.

 

낳고 길러주신 어머니 아버지

같이 살아가며 서로 보살펴주는 아내와 자식

삶을 숙성시켜 가치와 보람을 깨닫게 하는 손주

그리고 이웃과 친지들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하지 못하지만

생각을 되새기는 아침이다.

 

마음 그릇에 세상을 담아주신 신께 인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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